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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필봉농악 정월 대보름 굿 축제 참관기

  • 작성자 : 박상모
  • 작성일 : 2005.02.23
  • 조회수 : 3364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필봉농악! 처가집 식구들과 1박2일간의 고향 나들이를 마련하고 토요일 오후 필봉마을에 도착하였다. 필봉산 중턱에 20여호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 임실군 강진면 필봉리, 이 조그마한 마을이 바로 호남좌도 농악의 진수를 300년간이나 보존해오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필봉농악의 본산이다. 마을 앞에는 족히 수백년은 되어 보이는 느티나무 고목이 서있고 저 멀리에는 눈덮힌 산야가 펼쳐진다.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같다.

살을 에는 듯한 추운 날씨인데도 벌써 수백여명의 관중이 운집해 있다. 태평소의 높디 높은 음율에 징과 장구가 장단을 마추며 “기굿(시작 굿)”이 벌어지고 있다. 농악패들의 울긋불긋한 고깔과 옷자락이 덩실덩실 춤을 추어댄다. 수많은 취재진들이 카메라 경쟁을 벌이는데 외국인 취재진의 모습도 보인다. 관람객들을 보니 대부분 외지에서 온 분들 같고 특히 젊은 대학생들이 많다.

마을 여인네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여기 저기 가마솥을 걸고 밥과 국거리 안주거리를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봉사한다. 돈을 받고 파는 게 아니라 모두가 무료, 술까지 무료다. 우리는 마을회관 온돌방에 자리를 잡고 점심상을 받았다. 따끈한 찌게 그리고 적당히 짭짤한 맛있는 반찬에 나는 밥을 두 그릇이나 해치우고 막걸리까지 대포로 몇잔을 하였다. 어릴 때 어머님이 해주시던 음식과 같은 맛, 바로 고향의 그 맛이다.

고목나무 밑에서는 “당산제”가 열리고 있다. 당산제는 올 농사의 대풍을 기원하고 마을사람들의 안녕을 비는 굿 같다. 제사상을 차려 놓고 마을 대표가 주문을 읊고 농악이 펼쳐지는 가운데 소원을 빌고 싶은 사람은 삼배를 하는 의식이다. 우리도 제를 올리고 각자 소원을 빌었다. 마침 어떤 텔레비 방송이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인터뷰를 요청한다. “우리 고향 금년에도 대풍 이루고 필봉농악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 까지 널리 알려지게 하여 주십쇼”라고 빌었다고 하였다. 명색이 재경임실군향우회장인데 그 정도는 빌어야 될 것 같아서.... ㅎㅎㅎ.

해가 구름에 가릴 때 마다 진눈개비가 날리고 추위는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이렇게 밤까지 관람을 강행하다가는 처가식구들 동태만들 것 같다. 할 수 없이 숙소에 가서 몸을 좀 녹이고 저녁에 다시 오기로 한다. 외지에서 온 분들을 위해 마을 건너편에 있는 필봉농악전수관 내에 숙소를 개방한 것 같다. 그러나 숙소가 부족할 것으로 보여 우리는 가까운 회문산 밑 모텔을 잡았다.

농악전수관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전통 한옥양식으로 아담하게 지어져 있다. 필봉농악보존회에서 농악을 연구하고 전수하며 년중 각종 체험학교도 운영한단다. 농악뿐만 아니라 판소리,민요,민속놀이 및 자연생태체험 등 여러 가지 전수 프로그램을 운영한단다. 또한, 전국의 대학 동아리 학생들을 비롯하여 일년에 무려 3,000여명이 연수차 필봉농악을 다녀간다고 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 유명 문화체육행사에 초청공연을 하여왔다고 한다.

숙소에 가는 길에 영화 ‘아름다운 시절’과 ‘슬픈연가‘를 찍었다는 덕치면 ’진뫼마을‘이라는 섬진강 촌락을 구경하였다. 진뫼마을에서 천담구담마을 까지 약 시오리 거리인데 민가 하나 보이지 않는 첩첩 계곡을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그 강가를 따라 비포장 좁은 도로가 같이 흐르는데 그 경치는 강원도 동강 못지 않다. 여름이면 천렵꾼들이 즐겨 찾고 대수리(다슬기)가 특산이며 가을 철 올라오는 팔뚝 크기만한 은어는 그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천혜의 비경을 보니 그 유명한 섬진강 시인이 이곳에서 탄생될 수 밖에 없었음을 짐작케 한다.

숙소에서 몸을 녹이고 회문산 입구 식당에서 다슬기 수제비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그 식당은 바로 앞 강에서 잡은 자연산 다슬기만을 사용하여 그 맛이 삽살하고 국물도 파란 게 정말 맛이 좋다. 그래서 내가 고향길에 가끔 찾는 곳이다. 그 식당 주인은 유명한 맷돼지 사냥 포수인데 술 한잔 같이 기울이며 사냥무용담을 듣노라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오늘도 직접 잡은 맷돼지라며 맛보기로 권한다.

다시, 필봉마을! 이미 어둠이 내렸다. 하늘에는 살짝 배가 나온 반달이 휘영청 떠 있다. 그 옆으로는 별들이 초롱초롱한데 가끔 눈바람이 세차다. 그럼에도 농악 굿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마을 뒤편의 넓다란 밭이다. 관중은 여전히 수백여명 그대로고 낮에 본 농악패들 또한 그대로다. 참으로 경이롭다. 이 추운 날씨에 낮부터 밤까지 어떻게 저리 농악을 계속할 수 있을까? 더구나 그 중에는 80세가 넘은 분도 서너명이나 있고 가련한 여인도 있다. 추위도 추위지만 하루 종일 공연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도저히 불가사의하다. 아마도 신들린 신명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할것이다.

오늘 축제의 하이라이트이며 휘날레는 자정 무렵에 이루어지는 ‘달집태우기’이다. 그 전에 ‘정월대보름 판굿’이 시작되었는데 관중과 함께 어우러지는 굿이다. 그야말로 축제의 진수 중에 진수인 것 같다. 광장 가장자리에 여기저기 장작불을 피워놓았는데도 살을 에는 듯이 차갑다. 하지만 농악패나 관중 모두가 “겐지겐지 겐지겡” 농악소리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춘다. 모두가 앞사람의 허리를 잡고 줄을 만들어 광장을 뛰어 논다. 이제 너와 나는 없어지고 모두가 하나 바로 “우리”가 되어버린다. 그 “우리”가 바로 공동체 사회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고 가치이다. 필봉농악은 단순히 토속신앙적 굿이 아니라 바로 그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는 매개체인 것 같다.

자원봉사자들이 나누어 주는 막걸리에 추위를 잊으며 춤 추기를 몇시간! 드디어 ‘달집태우기’굿이 시작된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밤하늘에 치솟는 불길, 치솟고 치솟아 달을 따려는 듯 하다. 달집 속에 넣어 둔 대나무들이 불에 타며 내는 소리, 펑 펑 펑퍼펑! 악귀와 액운을 물리치는 총 소리와 같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올 해도 무탈하고 사업 잘되게 해 주시고 특히 자식들 잘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마도 그런 바램들을 빌었을 것이다. 나도 내 아내도 우리 처가식구들도 그렇게 빌었다.

다음 날 아침, 인근에 있는 식품회사에 들려 된장,고추장을 비롯한 식품을 사고 운암강변 국사봉 전망대를 거쳐 섬진강 드라이브를 즐기고 귀경하였다. 짧은 고향나들이였지만 참으로 값진 문화적 체험이 되었다. "고모부 고향이 이렇게 좋은 줄 미쳐 몰랐어요!" 내 고향에 대한 처남댁들의 찬사를 들으면서 무엇인가 잠깐 머릿속을 스쳤다. 그 것은 축제에 대한 일말의 아쉬움과 바램이었다.

이번 축제를 보니 현지 주민보다는 외지에서 온 분들이 훨씬 더 많아 보였다.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임실&강진 주민들도 더 많이 참여하였더라면 “우리”라는 의미가 더욱 커졌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외지인들에게 식사와 술 등 정성껏 봉사하는 게 참 좋았지만 편의시설이 매우 열악하여 외지에서 온 분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예를 들면, 간이 화장실만 몇 군데 설치해 놓아 큰것 볼일이 있는 사람들은 애로가 많았을 거고 특히 외국인들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추위를 잠깐 피하는 시설도 마을회관과 간이 비닐하우스 한 동이 있었는데 부족해 보였다.

정부 예산이 뒷받침된다면 마을 밑에 노천 원형극장을 만들어 공연자들도 프로그램에 따라 공연하고 관중들도 보다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하면 효과적이고 더욱 많은 사람이 찾아 올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굿의 성격에 따라 마을을 순회하고 당산제를 지내야하기 때문에 원형극장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다 소화할 수 없을지 몰라도 굿의 원형을 보존하는 가운데 현대적으로 조화시키는 것도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필봉농악은 문화적 가치나 기존의 지명도로 보아 이를 적극적으로 관광상품화하면 임실군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요즈음 각 고장에서는 조그마한 전통문화자산이라 할 지라도 그 것을 개발하여 상품화하려고 노력한다. 심지어 어느 고장은 별 가치도 없는 것을 어거지로 개발하려고도 한다. 필봉농악은 그 자체로서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주변 섬진강의 수려한 자연환경 및 농특산물 자원과 연계하면 훌륭한 관광상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광수요에 대한 예측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그에 합당한 적절한 투자가 되어야만 할 것이다.

필봉농악에 대한 자세한 소개:www.pilbong.net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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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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