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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선물을 받고/최기춘

  • 작성자 : 김학
  • 작성일 : 2007.11.11
  • 조회수 : 3257
추석선물을 받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목요반 최기춘 
 
 


 택배가 배달되어 풀어보니 함께 근무했던 예쁜 여직원 난영이가 보낸 책 선물이었다. 그 책을 보니 또 명절이 돌아올 모양이다. 난영이는 명절이면 제일 먼저 꼭 책을 선물해주는 직원이다. 책도 어떻게 내가 읽고 싶은 책만 골라서 선물 하는지 기특했다. 정년퇴임을 하고 집에서 화려한 백수로 있어도 정겨운 선물을 보내주는 옛 후배들의 훈훈한 인정이 있으니 여간 고맙지 않다.

 선물이라고 하면 나는 어린 시절 주로 설이나 추석명절 때 집안 어른들이나 아버지의 친구 분들 댁에 아버지 심부름으로 선물을 전달했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보면 선물의 내용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이 변했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설이나 추석이면 아버지는 창호지, 청주, 찹쌀, 굴비, 곶감, 유과, 조청 등을 정성껏 준비하시어 돌머리 할머니댁, 향교 할머니댁, 탑전리 할머니댁, 성 생원, 산판 집 영감님, 만경할아버지댁은 물론이고 상당히 많은 분들에게 선물을 보내셨는데 내가 심부름을 많이 했었다. 어린 내가 설이나 추석선물을 들고 웃어른들 댁에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 친구들이 귀여워해주심은 물론 용돈도 주셨다. 아마 그 맛에 심부름을 잘 했던 것 같다. 지금은 대부분 다 돌아가셨지만 참 그때 그 시절이 새삼 그리워진다.

 설 명절 같은 경우 어떤 집에는 일꾼을 시켜 나무를 져다주기도 하셨다. 그리고 우리 집에 들어오는 선물도 대부분 대동소이했다. 어떤 집에선 기른 콩나물을 동이 째 가져오시는 일도 있었다. 선물 하나하나가 정성과 인정이 가득 담긴 것으로서 종류도 각양각색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집안 어른들은 물론 친구들이나 살기 어려운 이웃들에게도 명절이면 선물을 돌리는 심부름을 많이 하면서 자라서인지 나는 설이나 추석이면 웃어른들이나 친구들에게 선물을 보내곤 했었다. 처음 공무원을 시작한 1970년대 초에는 선물이 주로 설탕 3킬로그램짜리 한 포 또는 정종 한 병, 쇠고기 한 근이나 돼지고기 두 근, 양말 두세 켤레, 마른고추와 참깨 등 그야말로 소박한 정을 나타내는 뜻으로 상사들은 물론 동료들과 주고받았다.

 그런데 공직사회에 사정바람이 불고 난 뒤부터 명절이면 선물 안주고안받기운동지침이 시달되고 감사부서를 동원하여 감시감독은 물론 암행감찰활동 등 정말로 낯 뜨거운 일들이 벌어져 창피하고 마음을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물론 선물문화가 조금은 예전같이 순수하지 못하고 서로에게 부담을 주며 부정부패의 연결고리가 되는 등 일부 혼탁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바는 아니다. 그러나 위정자들이나 언론이 너무도 마녀사냥 식으로 우리사회를 몰고 나가는 것 같아서 실망스러울 때가 많았다.
 이번 추석에도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전직 장관댁에 선물을 전달하는 과정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하여 뉴스시간에 방송하는 것을 보노라니 너무도 치졸하고 역겨웠다. 우리 국민들의 정서나 문화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정책입안자나 언론매체 특히 방송매체에 종사하는 분들은 우리의 선물문화를 오랜 전통에서 오는 미풍양속으로 또 앞으로 먼 뒷날까지도 아름답고 인정이 넘치는 선물문화가 정착되도록 선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으면 좋겠다.
 ‘선물 안주고 안받기’보다는 ‘정성과 인정이 넘치고 분수에 맞는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를 정착시켜나간다면 어떨까 싶다. 그렇게 되면 요즘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전통도 철학도 없는 국적불명의 발렌타인데이 같은 기형적인 선물문화가 발을 붙이지 못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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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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