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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지켜야 할 텐데/최기춘

  • 작성자 : 김학
  • 작성일 : 2008.05.22
  • 조회수 : 3426
누군가는 지켜야 할 텐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최기춘


 “누군가는 지켜야 할 텐데, 주인이 있어야 할 텐데…….”
 자연의 이치는 우리 인간들의 삶의 거울이다. 옛날 속담에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굽은 나무도 선산을 안 지킨단다. 옛날에는 반듯하게 자란 나무만 목재로서 팔려가고 구부러지고 못생긴 나무는 어쩔 수 없이 남아서 선산을 지켰었다. 그런데 요즘은 구부러지거나 기형적으로 생긴 나무조차 조경수로 비싼 값에 팔려나가니 굽은 나무도 선산을 지키기 어렵게 되었단다.

 옛날에는 많이 배우고 출세한 아들은 도회지로 직장 따라 떠나고, 굽은 나무처럼 못 배우고 못난 자식이 고향에 남아 선영봉사를 하고 노부모를 봉양하면서 고향과 선산을 지키는 게 다반사였다. 그런데 우리사회가 산업사회로 급격하게 변하면서 지금은 못 배우고 못난 자식이건 많이 배우고 잘난 자식이건 모두 일자리를 찾아 고향과 부모님 곁을 떠난다. 고향에는 늙고 병든 노인들만 살고 있어 부모님이나 고향과 선산을 지킬 사람이 없다.

 나는 이따금 엉뚱하게도 ‘고향무정’이란 노래를 부른 가수 오기택 씨를 원망하곤 한다. 오기택 가수가 부른 ‘고향무정’이란 노랫말 끝부분에 “산 꼴짝에 물이 마르고 기름진 문전옥답 잡초에 묻혀있네”란 구절이 나온다. 이 노래가 유행된 뒤부터 농촌이 급격하게 피폐해진 것 같다. 말이 씨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노래도 희망적인 노래를 불러야 할 것 같다. 오기택 가수는 지금부터라도 노래제목도 ‘고향유정’으로 바꾸고 “산 꼴짝엔 소 떼가 노닐고 기름진 문전옥답 풍년가 한창일세”라고 바꿔 불러 주었으면 한다. 사실 우리들의 고향인 농촌의 산 꼴짝에는 물이 마르지 않았고 소 떼들이 뛰놀며 문전옥답도 잡초에 묻혀 있지는 않다.

  옛날 선비들은 벼슬을 그만두면 고향으로 내려가 후학들 양성하고 고향을 지키며 사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시골에서 시장 군수만 지냈더라도 퇴임하고 나면 서울로 가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올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충격적이고 상큼하며 보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대통령임기를 마치자마자 굽은 나무도 지키지 않은 선산과 농촌을 지키려고 고향인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로 귀향하셨다. 나는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싶어 2008년 4월 26일 전북의 행촌수필문학회 문우들과 함께 그곳을 찾은 적이 있었다.

 그곳에 가보니 우리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대통령의 귀향을 환영하는 갖가지 현수막과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버스와 승용차 그리고 수많은 인파가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려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몰려든 많은 차량과 인파를 보고 2002년 월드컵 때 우리선수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냈던 국민들의 모습을 재삼 확인하면서 큰 기쁨을 맛봤다. 우리 국민들은 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박수와 성원을 보내는 미덕이 있다. 어느 누가 대통령의 귀향을 환영하고 격려하자고 주장한 적이 있었던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스스로 찾아온 우리 국민들이 아닌가?

 “대통령님 나와 주세요!”라는 함성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점퍼차림으로 소탈하게 웃으며 나오는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는 반가워서 환호성을 질렀다. 대통령께서는 정겨운 이웃사람 대하듯 어디에서 오셨느냐고 묻기도 하고 참석자들이 권양숙 여사의 안부를 묻기도 하는 모습을 보니 시골장터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이웃집 아저씨와 대화하는 풍경 같았다. 평일에는 3천여 명, 주말이나 휴일에는 5,6천여 명이 찾아온다고 했다. 고향으로 내려온 지 두 달 정도인데 그간 30만 명이 넘게 다녀갔다는데 그곳엔 마이크나 연단도 없었다. 육성으로 한 동네 친구와 이야기하듯 대화를 주고받으니까 더더욱 정겹게 느껴졌다. 참석자들 모두가 즐거워하고 만족한 표정이었다. 나 역시도 만족을 넘어 가슴이 뭉클한 감동을 맛보았다.

 대통령과의 대화를 마치고 대통령생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이구동성으로 그간 잘못된 언론 보도에 모두들 한마디씩 했다. 전임 대통령 사저라기엔 다소 초라한 모습이어서 가슴 한쪽이 허전한 게 솔직한 심정인데 그간 일부 신문에서는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아방궁을 건설한 것처럼 보도를 했었다. 그런 그릇된 신문들이 우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오도하는 것임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봉화산에 올라가 봤다. 봉화산은 어린시절에 뛰놀기 좋았을 것이고 나이가 지긋해진 지금은 산책하기에 알맞은 산이라 생각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어린시절에 여름방학숙제를 하려고 검정고무신에 삼베바지를 입고 곤충채집과 식물채집을 하고자 이 봉화산을 오르내렸으리라 상상해보았다. 그러니 이 봉화산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돌 맹이 하나가 모두 소중하고 정겹게 느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나는 유사한 점이 있다. 우선 고향이 농촌마을이고 나이도 엇비슷하며 군대생활도 병장진급을 못하고 상병으로 제대해서인지 퍽 친근하게 느껴진다. 등대를 지키면 등대지기요, 산을 지키면 산지기라 하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굽은 나무도 지키지 않고 잘난 아들이나 못난 아들 누구 하나 지키려하지 않은 고향과 농촌을 지키려는 산지기, 고향지기, 농촌지기, 환경지기로 나선 것이다. 정말 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국민들 모두가 찬사와 더불어 박수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간 농촌과 고향 그리고 선산을 지키려는 사람이 없어 걱정이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농촌을 지키려고 나섰으니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본받아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농촌의 산골짝엔 소 떼가 뛰놀고 시냇물에서는 송사리들이 헤엄치며 기름진 문전옥답에서는 풍년가가 울려 퍼지는 멋진 옛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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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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